2021년 어느 여름, 로잔나 데 캄파나의 회고전이 열린다는 소문이 들려옵니다. 캄파나 재단이 소유한 호텔에서요. 회고전의 제목은 「From Rose to Crow」. 꽃과 새, 그중에서도 특히 장미와 까마귀를 주로 그리던 로잔나 데 캄파나에게 더없이 어울리는 회고전 제목이었습니다. 회고전은 열린다는 소문만으로도 수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잡아끌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로잔나 데 캄파나의 회고전인걸요!
캄파나 컬렉션이 한자리에 전시될 거라니, 이런 일은 흔치 않아요. 그도 그럴 것이 캄파나의 작품들은 전 세계 미술관에 흩어져 있으니까요. 주요 컬렉션은 캄파나 재단이 소유하고 있다지만, 그 모든 작품을 한자리에 모아두기란 퍽 어려운 일이었을 겁니다. 회고전 개최가 확정되자, 미술사학도와 화가들은 물론이고 일반인들 역시도 심심찮게 캄파나 회고전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대체 로잔나 데 캄파나가 누구기에 그랬냐고요?
로잔나 데 캄파나. 그는 19세기 중반에 태어나 아직 초현실주의가 태동하기 전인 19세기 후반에 주로 활동한 화가로, 시대에 앞서 초현실주의적 작품을 그린 것으로 유명한 화가입니다. 대표작으로는 죽은 까마귀의 사체에서 피어나는 한 송이 장미를 그려낸 작품 「From Crow to Rose」가 있죠. (이쯤에서 눈치채셨겠지만, 네, 회고전의 제목 역시 이 작품의 제목에서 따왔습니다.) 아름답지만 기묘한 메시지를 담은 그의 작품은 그의 생전에나 사후에나 변함없이 사랑받았습니다.
그리고 사랑받은 것이 한 가지 더 있죠. 바로 로잔나 데 캄파나 그 자신.
부유한 집안의 외동딸로 태어나 수많은 사람과 염문설을 뿌리고도 평생을 독신으로 산 그는 아름다운 미모와 복잡한 사생활, 무엇보다도 수수께끼의 요절 덕분에 작품뿐만이 아니라 그 자신마저도 유명해졌습니다. 그를 주제로 만들어진 영화만 해도 열 편은 족히 넘을 지경이니 그가 얼마나 유명한 화가인지 아시겠죠? 물론 그가 여전히 유명한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캄파나 재단. 로잔나 데 캄파나가 죽기 전, 마치 자신이 죽을 것을 알았다는 듯 전재산을 쏟아 부어 세운 재단입니다. 캄파나는 대대로 부유한 가문이었고, 로잔나 데 캄파나의 재산 역시 어마어마했지요. 그렇게나 많은 돈을 들여 재단을 세우다니! 당시에는 모두 로잔나 데 캄파나가 미쳤더라고 했습니다만… 재단 설립이 마무리되자마자 그가 사망한 탓에 로잔나의 사후에는 그가 자기자신의 죽음을 예견한 게 아니냐는 소문이 떠돌았습니다.
재단의 주요 업무로는 재단 기금 관리, 로잔나 데 캄파나 작품 관리, 로잔나 데 캄파나에 대한 연구 지원, 그리고 호텔 콘피네 운영 등이 있습니다. 뜬금없이 무슨 호텔이냐고요?
호텔 콘피네. 인터넷에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호텔 BEST 10’과 같은 게시물에 자주 등장하는 호텔입니다. 밀라노에서 차를 타고 약 두 시간즈음 달리면 나오는 아름다운 마조레 호수를 배경으로 둔 호텔이죠. 본래는 캄파나 가의 별장이었다고 합니다만, 캄파나 재단이 별장을 관리하게 되면서부터는 호텔로 개조해 운영 중입니다.
외관은 바로크 양식을 따라 지어지고 내부는 로코코 양식으로 꾸며진 호텔은 그야말로 화려함의 극치입니다. 천장의 프레스코화, 난간에 입혀진 금박, 대리석 바닥 위에 깔린 최고급 양탄자까지…. 심지어 곳곳에는 로잔나 데 캄파나가 직접 그려 넣은 벽화와 그가 주문 제작한 조각상 등 수많은 작품이 놓여 있습니다. 꽤 예술적인 호텔이라 할 수 있죠.
누구나 한번쯤은, 하루쯤은 호텔 콘피네에 머물 수 있길 바랄 겁니다. 오, 그러고 보니 때마침 호텔 콘피네가 파격적으로 할인한 가격으로 숙박을 제공한다던데요. 전시회 기간 동안 말입니다. 관심 있으시다면 한 번 찾아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요!